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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화, 의과대학 교수] 참 멋진 표지다. 책 표지 하나가 이 책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퀴어 소설가가 쓴 퀴어 소설이란 설명이 없어도 나는 이 표지만을 보고 동성애를 연상했을 것이다. 선생님은요 모르시겠지만 제가 이래 봬도 옷을 벗으면 피부가 하얗고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거든요. 목욕하고 그러면요 남자들이 등만 보고도 한 번 하자고 와요. 칠십 다 된 분이 나를 가르치신 바가 있기 때문이다. 등만 봐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할 수 있는 자신만만한 분이었다. 남자의 등에 눈을 꽂고 집중해보면 무언가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 같다. 그것이 화가의 눈인지, 내 눈인지, 내 선입견인지 모르겠다. 남자를 사랑하는, 그의 등 선을 사랑하는 남자가 그린 것 같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남자들끼리의 사랑은 어떤 거냐고 병에 대해 상의하고 조언하는 내 환자들에게 묻고 싶지만 묻지 않는다. 그런데 묻지 않아도 가르쳐주는 친절한 환자들이 있다. 그들 덕에 조금 상상할 수 있게 되고, 그 정도면 약을 주는 의사로서는 충분하다. 히포크라테스는 이미 어떤 이유로도 의술에서 차별하지 말라고 했다. ‘포괄적’으로 차별을 금지한 선인의 지혜가 고맙다. 가끔 동성애를 조장하므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10대 청소년을 동성애자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동료 교수를 만나면 설득할 수는 없다. 내가 이렇게 쩔쩔매면 나를 믿고 약 타러 오는 내 환자들은 또 얼마나 섭섭할 것인가? <여름, 스피드>는 다 사랑 이야기다. 교환학생으로 간 일본 교토에서 지도교수를 만난다. 서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게이다.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헤어진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쓸 수밖에 없었다는 사랑 이야기(‘컬리지 포크’). 6년 전 만났다가 헤어진 상대와 다시 엮여버리고 마는 영화감독 지망생의 계속 훔쳐보는 사랑 이야기(‘여름, 스피드’). 데이팅앱에서 만난 사람과 하루 여행, 같이 보내는 하룻밤(‘디스코 멜랑콜리아’). 사랑일 뿐이다. 상대가 남자일 뿐. 그래도 취향의 섬세함은 알아줘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바지·치마·팬티·재킷일 뿐인데 카디건, 브리프, 바버재킷, 브룩스브라더스 셔츠, 유니버시티 스트라이프 셔츠, 남색 유니클로 팬티, 아메리칸어패럴 팬티, 트렁크 팬티, 스포츠 쇼츠, 볼링셔츠, 쇼트 카고, 바시티 재킷, 레터맨 스웨터, 캔디 스트라이프 셔츠. 바를 것을 구분하고 옷을 섬세하게 살피고 옷을 나눠 입고 선물도 한다. 두 남자가 진료실에 와서는 서로의 건강을 내게 부탁한 적도 있다. 형과 동생으로 서로 부르는 두 연인은 애틋했다. 그저 죄스럽고 부끄럽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고 중년의 남자가 말하기도 한다. 가정이 있지만 평생 딱 네 번밖에 부부관계를 하지 않았다는 이기적인 남편의 모습으로 오기도 한다. 연인을 금방 잃은 쓸쓸한 남자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와 함께 병을 이야기하는 다른 사람들과 매한가지다.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받기 원하며 그것으로 행복해하는 것까지. 사랑 없이는 인생이 곤란해지는 것 또한 다르지 않다. 굳이 남자들의 사랑은 어떤 거냐고 앞으로도 묻지 않기로 한다. 최영화 아주대 감염내과 교수· 저자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87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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