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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은 사람 몸의 생김새를 가르치는 과목이다. 그런데 어떻게 생겼는지만 가르치면 재미없고, 왜 그렇게 생겼는지도 가르쳐야 재미있다. 이렇게 가르치는 데 도움 되는 것이 비교해부, 발생, 진화이다. 비교해부는 사람이 짐승과 어떻게 다른지 살피는 것이고, 발생은 사람이 태어나기 전에 엄마 자궁안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발생했는지) 살피는 것이고, 진화는 사람이 먼 조상으로부터 어떻게 바뀌었는지(진화했는지) 살피는 것이다. 꼬리뼈를 보기로 들면 다음과 같다. 사람은 엉치뼈 밑에 꼬리뼈가 한 개 있고, 이것을 자기 몸에서 만질 수 있다. 다른 포유류와 파충류는 꼬리뼈가 여러 개 있고, 이것을 움직일 수 있다. 사람도 엄마 자궁안에 있을 때 꼬리뼈가 여러 개 있었다. 꼬리가 없어지면서 꼬리뼈가 한 개로 준 것이다. 사람의 먼 조상은 원숭이처럼 꼬리뼈가 여러 개 있었을 것이다. 심장을 또 다른 보기로 들면 다음과 같다. 사람의 심장에서 산소가 많은 혈액은 왼심방, 왼심실을 지나고, 이산화탄소가 많은 혈액은 오른심방, 오른심실을 지난다. 이처럼 사람의 심장은 2심방 2심실이라서 두 혈액이 섞이지 않는다. 물고기의 심장은 1심방 1심실이라서 두 혈액이 섞인다. 사람의 심장은 처음 발생할 때 1심방 1심실이었다가 2심방 2심실로 바뀐다. 바뀌지 않는 선천심장병의 경우, 수술을 해서 2심방 2심실로 바꿔야 한다. 사람의 먼 조상은 물고기처럼 1심방 1심실이었을 것이다. 이제까지의 글을 읽고 눈치챈 사람이 있을 것이다. 비교해부, 발생, 진화는 서로 관계있다는 것을. 비교해부와 진화는 다음처럼 관계있다. ‘사람이 짐승과 어떻게 다른지 살피면, 사람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의 먼 조상이 짐승이라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진화론이고, 창조론을 믿는 사람이 거북해하는 것이다. 또한 발생과 진화는 다음처럼 관계가 있다. ‘사람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살피면, 사람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진화론이고, 이것에 관한 보기는 다음처럼 많다. 첫째, 사람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수정해서) 이룬 단세포로 시작하였다. 따라서 사람의 아주 먼 조상은 단세포생물이었을 것이다. 둘째, 사람은 발생할 때 대뇌가 작았다. 따라서 먼 조상은 머리가 나빴을 것이다. 셋째, 사람은 엄마 자궁안의 양수 속에서 살았다. 따라서 먼 조상은 물고기처럼 물속에서 살았을 것이다. 넷째, 사람은 발생할 때 손과 발에 물갈퀴가 있었다. 따라서 먼 조상은 개구리, 오리처럼 물 위에서 살았을 것이다. 다섯째, 사람은 발생할 때 팔다리가 짧았다. 따라서 먼 조상은 앞뒤 다리가 짧은 개처럼 기어다녔을 것이다. 아기도 팔다리가 짧아서 기어다니는데, 이것을 보면 태어난 다음에 발달하는 것도 진화와 관계있다는 생각이 든다. 해부학 실습실에서는 비교해부, 발생과 관계있는 구조를 보게 된다. 이를테면 막창자꼬리가 초식짐승에서는 크고 소화를 돕지만, 사람에서는 작고 소화를 돕지 않는다. 따라서 곪은(염증이 생긴) 막창자꼬리를 막 떼어내도 괜찮으며, 이것을 막창자꼬리절제(충수절제, 맹장수술)라고 부른다. 발생할 때 사람의 머리와 목에는 물고기처럼 아가미가 있었고, 이 아가미의 자취가 귓바퀴, 바깥귀길이다. 발생할 때 사람의 윗입술은 토끼, 고양이처럼 갈라져 있었고, 이것의 자취가 인중이다. ‘비교해부, 발생과 관계있는 구조는 사람 몸에 들어 있는 화석이다.’ 해부학 실습실에서 나는 이것을 보여 주며 사람의 먼 조상을 이야기한다. 자연사박물관에서 고생물학 선생이 진짜 화석을 보여 주며 사람의 먼 조상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박물관에서 역사학 선생이 유물을 보여 주며 우리의 조상을 이야기하는 것과도 같지 않은가? 해부학을 비교해부, 발생, 진화와 함께 가르치면, 해부학 실습실의 분위기가 자연사박물관 또는 박물관처럼 바뀐다. 해부학은 재미있는 과목이다. 정민석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한겨레신문 2014.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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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솔
- 작성일201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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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솔
- 작성일201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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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규제학회라는 것이 있다. 학회 홈페이지에 있는 규제학회 회장 인사말의 일부분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경제가 가장 큰 위기에 처했던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는 어쩌면 한국경제가 과거의 정부 주도형 경제의 틀을 벗고 민간 주도형으로 진화하기 위해서 겪어야 했던 일조의 산고였는지도 모릅니다. 그 외환위기를 수습하고 새로운 경제제도의 틀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한국규제학회의 전신 규제연구회의 주요 회원들은 정부 고위 공무원들과 갑론을박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정부규제의 틀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 당시는 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도 정부주도형에서 민간주도형으로 변화하는 시기가 아니었던가? 물론 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말이다. 대학의 교육 정책도 내적, 외적으로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정부주도형이었던 대학의 설립기를 거쳐, 20년조차도 내다보지 못하고 대학설립의 규제를 완화했던 무개념의 규제완화기를 지나, 현재는 누구나 대학가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100%를 대학에 가도록 만든,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규제완화도, 여객선의 운항 내구연한을 연장해 세월호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어처구니 없는 규제완화도, 어찌보면 일부 집단의 정략적인, 혹은 이해관계에 의한 행위였으리라. 입학 경쟁률을 유지하면서 좋은 학생들을 뽑아 수월성 교육을 하고자 하는 멀쩡한 대학도,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이 계속 감소하여 중국 등의 외국에서 학생을 데리고 와야 하는 덜 멀쩡한 대학도, 온갖 비리에 신음하며 교육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대학도, 모두 동일한 기준으로 반값 등록금에 동참하고, 정원 감축에 동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 20년도 내다보지 못하는 어의 없는 규제완화의 결과가 대학교육에 10㎝ 앞도 내다보기 힘든 규제완화발 황사를 몰고 온 것이다. 분명 정부에는 매년 신생아 출생에 대한 정보가 있었을 테고, 그 신생아가 대학이 갈 즈음의 대학 정원에 대한 정보도 있었을 텐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어설픈 규제완화가 만든 심각한 문제도 있지만, 어떻게든 노력해서 빼야 하는 대못 규제가 투자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레고랜드 유치가 18년째 표류,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치는 7년째 표류하고 있으며, 사업은 무산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환경, 수질 오염 등의 규제로 더 이상의 진척이 없다고 한다. 고용 창출도, 국민의 여가 생활도, 관광객 유치도, 규제 앞에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이다. 교통연구 전문기관이라는 곳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수행하는 교통량 예측은 왜인지 모르겠으나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 용인 경전철의 이용자 예측을 보면 어의가 없을 정도인데, 이를 수행한 기관에서는 누가 어떤 책임을 졌는지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되는 교통량 예측도 쉽지 않은데, 아무리 면밀히 검토했다고 하더라도 규제를 만들 때 이에 대한 부작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규제를 만들 때는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하여 면밀히 고려하고 신중해야 할 것이다. 규제를 푼다는 정권들마다 그 정권이 지나면 규제들이 더 증가되어 왔다. 현 위정자들은 일부 집단의 이익을 위한 규제 혹은 규제의 완화가 아닌, 대다수 국민의 불편 해결을 우선시 하는 현명함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이교범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경기일보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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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솔
- 작성일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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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일이다. 사고 소식을 듣고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여객선이라는데, 망망대해에도 아닌 진도 앞바다라는데 어렵지 않게 구조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얼마 후, 탑승객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소식에 “그랬을 거야” 하며 안도했었는데, 그게 오보였다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보도는 우리의 안전의식, 위기관리 시스템의 바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21세기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민낯,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사고가 발생하고 난 지 일주일이 지났건만 여전히 여객선에 탑승한 정확한 인원과 명단에도 혼선이 있다. 사고 이틀째까지 정확한 구조인원과 인적사항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심지어 사건이 발생한지 나흘째 나온 보도는 승선자 명단에는 없는 사망자가 나왔다니 할 말이 없다. 또 사고 이후 구조작업이 시작되어 일주일이 지나도록 단 한 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하는 것은 사고 직후의 불리한 자연환경 탓 때문이었을까?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구조 활동은 불가능했던 것인가? 구조 활동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예인선이 시급하게 도착해야 하는지 비전문가들은 알 길이 없지만, 분명한 것은 책임 소재와 경비 문제, 실효성 등을 놓고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우왕좌왕 한 모습은 구조 활동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사기에 충분하다. 구조 활동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생겨난 대책본부만 몇 개인지 모르겠다면서, 10년이 넘는 기자생활 중에 사고대책본부가 이렇게 많고 불협화음을 내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하는 기자가 있다. 한 대책본부에서는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여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국민을 희망에 부풀게 하더니, 조만간 해양 경찰청에서는 이를 부인하여 다시 실종자 가족의 가슴을 까맣게 태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SNS 등에 이 사건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를 자제해줄 것과 그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엄벌할 것이라는 엄포로 국민들의 불만과 의혹을 잠재우려고 하고 있다. 국민의 의혹과 불만은, ‘입다물라’고 명령한다고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구조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정부의 모습과 신뢰할 만한 정부의 발표, 그것이 바로 국민의 불신과 의혹으로부터 퍼져 나오는 괴담성 정보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이다. 사고 이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세월호의 선장과 승무원들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위”를 했다고 비난하고, 자신은 “정부에 3천개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에서 내용을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참사의 책임은 전적으로 선장을 비롯한 부도덕한 승무원과 무능하고 안일한 공무원 때문이라는 뜻이다. 국정 책임자로서의 반성과 책임감은커녕, 모든 것을 아랫것들의 탓으로 돌리는 제왕의 모습을 본다. 무책임한 선장이 승객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사실로부터 박 대통령이 배워야 할 교훈은 자신이 키를 잡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자신의 무책임으로 침몰할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대한민국 호에 승선한 국민들을 위협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난 정부의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변경하자 도대체 그 차이가 뭔가 의아해 하는 국민들에게 (중앙부처의 명칭을 바꾸는 데는 상당한 예산이 소요된다) 국민 안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현 정부는 국민 행복형 신산업의 첫 번째로 “안전, 재난대비 시스템”을 들었다. 그래서 정말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분노와 비난이 아니다. 기본부터 다시 점검하려는 겸허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다. 참사가 일어난 근인(近因)에 대해서 비난하고 단죄한다고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다. 사고의 원인(遠因)에 대해서 분석하고 거기에 메스를 대지 않으면, 안타깝지만 이번과 같은 참사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출항 조건 심사 과정, 선박 개조의 허가과정에서의 의혹, 거기에 개입되어 있다는 소위 ‘해피아’의 실체, 그리고 승객의 안전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하는 기업의 행태, 이런 것들이야말로 ‘사회의 암 덩어리’ 아닌가? 21년 전 2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 훼리호 침몰 사건 이후,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다시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배울 것을 배워야 한다. 피어보지도 못한 젊은 수백 명의 영혼을 대가로 지불한 교훈이라기에는 너무 초라하지만 다시는 이런 비극적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고 변해야 한다. 젊은 넋을 위한 우리의 진혼곡은 부끄러운 자화상을 지우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송하석 아주대학교 기초교육대학 교수/철학 [중부일보 201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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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 작성자이솔
- 작성일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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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 작성자이솔
- 작성일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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