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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일기는 자기반성과 성찰의 은밀한 쪽방이었다고 했다. 일기를 통해 자기성찰을 한다면 대학교수로서 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최고 영광의 날이다. 처음으로 학교에 합격했다. 모두들 칭찬을 한다. 국민학교 선생님들, 面직원들 모두가 기뻐하고 영광을 주고 있다. 아버님 산소에 가서 절을 하고 울었다. 만약에 지금 계시다면. 아버님의 진실한 아들이 되겠다고 맹세했다. 어머님의 기쁨도 기쁨이기는 하겠지만, 일단 사회의 일보에 있어서 성공을 했다고 생각하니……. Kennedy와 같은 정치가가 나의 꿈이다. 노력해 보자.” 위의 내용은 필자가 고등학교 3학년인 1964년(단기4297년) 2월 14일 금요일에 쓴 일기의 한 부분이다. 그 전날이 음력 설날이었지만 다음 날이 대입 합격자 발표일이기 때문에 명절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초조하게 기다리다 아침 신문에 난 합격자 발표를 고향 여주에서 보고 난 후 기쁨에 넘쳐 당일 저녁에 쓴 일기의 내용이다. 당시 필자가 지원한 학과의 경쟁률은 무려 13대 1이었다. 더구나 초등학교를 시골에서 졸업한 후 서울로 유학했으나 중·고교 1차 입학시험에서 불합격했던 경험 때문에 대학까지 1차에 합격하지 못할까 상당히 걱정하던 차에 합격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아버님이 고1 때 돌아가셔 농사를 하시는 홀어머니 슬하에 서울 유학을 어렵게 했으니, 입학시험에 대한 부담은 상당했다. 여하튼 1964년 3월 2일 입학식으로 시작된 대학과 나의 인연은 ROTC 소대장 시절, 제대 후 사회생활 수년을 제외하고 지난해 8월 대학 총장을 끝으로 캠퍼스를 떠날 때까지 무려 43년이나 이어졌다. 따라서 나의 인생 대부분은 대학에서 보낸 것이며 이런 대학캠퍼스 생활의 생생한 기록이 수십 권의 빛바랜 일기장에 기록돼 있다. 필자는 중학교 3학년인 1961년부터 일기를 써왔으니, 지금까지 55년째 일기를 쓰고 있는 셈이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 일기를 쓴 것을 생각하면 한편으로 내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반면 그 많은 기간 매일같이 일기를 쓰면서 교육자로서 인생을 부끄럽지 않게 살았는지 새삼 되새기게 된다. 지난해 총장 퇴임 직전 언론사와 퇴임 인터뷰를 하다 일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후 집에 와서 일기장을 정리하다가 1961년부터 일기를 쓰게 된 것을 발견하게 됐으며, 최근 지난 일을 회고하면서 자주 일기장을 들추게 된다. 일기장에는 입학식에서 대학 신입생의 각오, 동아리활동 기록, 인접 여대와의 미팅, 미국 유학시절, 대학교수로서의 첫 강의 소감, 학생들과의 워크숍에서 있었던 일, 총장 재직 시의 대학 운영 방침 등 거의 43년간 대학캠퍼스에서 있었던 기록이 여러 가지 소감과 함께 적혀있다. 이따금씩 펼쳐보는 일기장에서 강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수업에 임해 당황했던 순간, 젊은 시절 학생들과 수학여행 중 해변에서 밤새도록 소주를 마시면서 인생을 토론했던 일, 사랑하는 제자가 학위를 받아 축하해 주던 장면 등이 주마등같이 스쳐가고 있다. 때로는 일기를 보면서 그때 있었던 일에 웃기도 하고, 또는 그 당시 내가 좀 더 최선을 다했더라면 하던 일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운 내용도 있다.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60여 년간 일기를 썼다고 하는 대문호 톨스토이는 일기는 자기반성과 성찰의 은밀한 쪽방이었다고 말하고 있으며, 그의 사상과 문학도 일기가 기초가 됐다고 한다. 필자에게도 일기는 개인의 생생한 삶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자기성찰의 시간이었다. 때문에 해외여행 중에도 일기장은 여행 필수품이었다. 교수 시절,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일기를 통한 개인의 기록과 성찰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했다. 비록 개인의 보잘 것 없는 삶의 기록이지만 일기는 중요한 역사적 기록이 될 수 있으며, 미래를 위한 설계의 기초도 된다. 일기를 통해 자기성찰을 한다면 보다 나은 대학교수로서의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 [2015.2.10 교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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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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